묵직한 몸집에 사십이 넘은 근화방직회사 사장인 황태수가 임명빈 집 앞에 와서 하인을 부른다. 얼마 안 있어 임명빈의 아내 백씨가 황급히 나온다. 이 집을 덮쳤던 3.1 운동의 회오리바람이 지나간 지 십 년, 평탄한 일상과 안정된 중년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모습이다. 황태수가 임명빈을 찾아온 것은 계명회 회원 모두가 검거된 사건 때문이다. 서의돈을 필두로 열대여섯 명이 체포되었는데, 간도의 김길상도 체포됐다. 길상은 용정촌 공노인이 경영하는 여관에서 서의돈과 만난 자리에서 함께 끌려온 것이다. 황태수에게는 거의가 친구며 후배들이다. 오래지 않아 임명빈을 만나 사건의 대략을 상의하는데, 황태수는 임명빈의 위치가 구애될 것이 없으니, 임명빈에게 재량껏 뒷바라지를 요청하며 봉투 하나를 꺼낸다. 임명빈은 황태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