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정 2

17 관수의 불손함과 꾸짖는 혜관

혜관은 자갈이 한없이 깔려 있는 강변이자 관수의 처가, 울타리 없이 마당 구실을 하고 있는 곳을 바라본다. 여러 날 비를 보지 못한 강변 자갈 위의 햇볕은 봄이지마는 뜨겁게 느껴진다. 쇠가죽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어리 속에 병아리가 삐약거리고 아랫도리를 벗은 아기가 자갈밭을 뒤뚝거리며 걸어가고 다람쥐같이 젊은 여자 하나가 달려 나오더니 아기를 안고 도망치듯 부엌 쪽으로 뛰어간다. 하얗게 바래어진 자갈밭은 백정네 인생처럼 살풍경하다. 마을을 흘러 다니며 가락을 뽑는 광대들의 그 한 맺힌 가락 하나 없이, 햇볕에 타고 있는 쇠가죽처럼 핏빛에 얼룩진 백정네 인생이 거기, 자갈밭에 굴러 있다. "나무관세음보살." 혜관의 염불 소리였다. 관수의 눈이 희번득인다. 머리 골이 울툭불툭한 혜관의 옆모습을 쏘아본다. ..

<파계> 요약

숨겨라! 백정은 남의 집 문지방 너머로 한 발자국도 들어가지 못한다. 백정 집안은 손님들에게 차를 대접하지 않는 것이 예의다. 백정이라는 이유로 아픈 몸을 이끌고 병원에서 쫓겨날 수 있고, 여인숙에서도 쫓겨 날 수 있다. 백정은 보통사람과 같은 묘지에 묻힐 권리가 없다. 백정은 사람이 아니다. 백정은 사족, 네 발 달린 짐승이다! 주인공 세가와 우시마쓰는 백정이다. 아버지는 세상에 나가 출세하려는 백정 자식의 비결-유일한 희망, 유일한 방법, 그것은 오직 자신의 신분을 감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숨기는 것은 죽고 사는 문제다. 젊은 우시마쓰는 사범대학을 나오고 유능한 교사로 인정받고 있기에 어떤 경우에도 이 소중한 훈계만은 깨뜨리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이노코 렌타로도 백정이다. 우시마쓰보다 이른 시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