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밖 골목 상현이 거처하는 집에 억쇠가 찾아왔다. 마음과 몸이 지칠 대로 지친 모습이다. 상현이 소식 없는 것에 화가 나서 악을 쓰지만 이내 호소 조로 나온다. 격하고 편협한 상현의 성질을 알기 때문이다. 지난 삼월의 만세 시위가 상현의 눈앞을 지나간다. 시위군중 속에서 서의돈과 눈물을 나누고 '조선 놈들 제법이다' '독립되는 날에 밟혀 죽읍시다!'라고 외쳤었다. 이제 서의돈은 상해로 가버리고 독립운동의 불씨는 잦아들어 버렸다. 상현은 해외의 뭇 단체나 독립투사에게 기대를 걸지 않는다. 상현은 자신에게도 절망하여 수렁에 빠져 있다. 전라도의 갑부 아들 전윤경을 따라 전주에 내려간다. 전주에 봉순이 있다는 소문을 들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동행한 것이다. 기화의 집을 알아내 기화의 처소에서 시간을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