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금녀 2

3부 2편 어두운 계절

용정촌에 한복이가 내려섰다. 한복이는 거리를 바라보며 몸을 떤다. 사방을 살피며 천천히 걸음을 옮겨놓는다. 상상하기조차 힘든 거금을 몸에 지녔다는 그 자체가 한복으로선 가장 무서웠다. 한복이는 공 노인의 객줏집을 찾아 들어갔다. 한시라도 바삐 짐을 넘겨주고 싶다. 공 노인을 마주친다. 한복이는 전대를 끌러 공노인 앞으로 밀어놓고 평사리 소식을 전한다. 열흘 후 길상을 만나고 길상과 함께 훈춘행 마차를 탄다. 장인걸과 송인환의 환대를 받고 주연을 갖는다.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며 얘기는 계속되는데, 한복이는 얼떨떨하다. 장인걸과 송인환의 귀빈 대접이 자신의 형, 거복이 때문임을 깨닫는다. 자신을 이중삼중의 그늘에 숨겨진 인물로 만들려는 의도인 것이다. 원망과 우울함 속에서 살인자인 아버지, 매국노인 형에 대..

2부 2편 꿈 속의 귀마동

자그마한 몸집의 윤이병이 대문께에 서 있다. 송장환을 찾아왔는데 멍청한 모습이다. 강가로 나가더니 한 숨을 쉰다. 누이가 집에서 도망을 와서 돈 마련해 주길 청한다. 윤이병은 거짓말을 했다. 삼 년 전, 예배당에 나가면서 알게 된 애인의 집안이 망하기 시작했다. 아비가 투전에 재미를 붙여 가산을 탕진한 끝에 딸을 술집에 팔아먹은 것이다. 그 후 여자는 어떤 사내가 몸값을 치르고 빼내서 해삼위로 갔는데 여자는 도망을 쳐서 윤이병을 찾아왔었다. 사나흘 후 사내가 들이닥쳐 여자를 앗아갔다. 지금 비슷한 일이 또 생긴 것이다. 그 사내가 바로 김두수요, 여자의 이름은 심금녀. 해는 서쪽 편으로 기울고 김두수는 같은 마차를 타고 가는 나그네와 얘기를 나눈다. 나그네는 왼편 귀 근처로 해서 입술 가까이까지 푸르스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