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순이_기화 2

2부 4편 용정촌과 서울

들어서 이미 알고 있는 터였지만 용정촌 역두에서부터 최서희의 콧김이 세다는 것을 혜관과 기화는 실감하며 걸음을 내딛는다. 혜관 뒤를 조르르 따라가는 기화는 불안전해 보인다. 기화는 오소소 떨며 한기를 느끼듯 마음이 추운 것이다. 혜관과 기화를 별채에 안내하라 일러놓고 서희는 생각에 빠져든다. 봉순아! 부르며 달려가고 싶은 충동이 전혀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 서희는 그리운 정을 손아귀 속에서 뭉개버린다. 확고부동한 권위의식이 잠시 동안 거칠었던 숨결을 잠재워준다. '하인과 혼인을 했다 해서 최서희가 아닌 것은 아니야. 나는 최서희다! 최참판댁 유일무이한 핏줄이다!' 권위의식의 깊은 곳으로 빠져드는 그것은 서희의 불도 살라 먹으려는 무서운 집념이다. '오래간만이군, 봉순이.' '애기씨!' 서희의 손은 싸늘..

2부 3편 밤에 일하는 사람들

창덕궁과 경복궁 사이에 끼어 있는 가회동의 이 판서댁에 이상현이 기식하고 있다. 대문간에서 누군가 얘기를 주고받는 것 같은 기척이더니 이상현에게 손님이 찾아왔다. 혜관 스님이다. 상현의 모친 염 씨의 소식을 가져왔다. 설에는 꼭 오라는 전갈이다. 혜관은 간도의 소식과 독립군의 활동상황을 궁금해한다. 얘기를 나누는 가운데 상현은 화류계에 몸을 던진 봉순이, 기화의 소식을 듣는다. 환이는 의병 잡아먹는 동학군을 모으려 한다. 뭔 소린가? 두 사람은 구례와는 다른 방향으로 발을 옮겨 놓는다. 해가 서너 뼘이나 남았을 무렵 혜관과 환이는 운봉 노인이 있는 초막에 당도하였다. 화적 떼로 타락한 무리들, 일본 토벌대에 쫓겨만 다니는 허약한 선비가 이끄는 의병들을 환이는 끈질기게 추적하면서 마치 그림자처럼 그들 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