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 때때로 바람의 완강한 팔뚝에 머리채를 움켜잡힌 채 한 줄로 서서 쓰러질 듯 쓰러질 듯 버티고 있는 가로수들, 이따금 날개를 접질리운 새들처럼 휴지들이 높이 솟구쳤다간 곤두박질을 치고 있었다. O 내 잠의 막은 언제나 얇고도 희미해서 현실과 잠사이에 가로놓인 한 장의 미농지 같았다. 비록 잠들어 있는 상태라 해도 항시 잠 바깥에 있는 것들이 막연하게 잠 속에 비쳐 들어와 어른거리곤 했다. O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한없이 풍성하게 부풀어올라 햇빛 속에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새로 따낸 목화송이를 잘 손질해서 하늘에 가득가득 쌓아놓은 것 같았다. 나는 그 푹신한 곳 깊숙이 뛰어들어 끝없이 깊은 잠에 빠져들고 싶었다. O 비는 아주 지리한 소리로 땅을 적시고 있었다. 영원히 그 템포를 잃지 않고 지리하게지리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