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방 2

1부 4편 역병과 흉년

나귀에서 내린 조준구는 뻣뻣하게 힘을 주며 목을 돌려 돌아본다. 뒤따르던 초라한 가마 두 틀이 멋는다. 가마 속에서 나온 여인은 삼십오륙 세쯤 돼 보이는 조준구의 부인 홍 씨였다. 안 오겠다는 것을 감언이설로 얼러가며 여기까지 데려왔다. 다른 가마에서는 사내아이가 엉금엉금 기어 나오는데 창백한 얼굴에 눈은 무섭게 큰 꼽추였다. 조준구는 윤 씨 부인에게 생계가 막막하여 내려왔다고 거짓말을 하고 윤 씨 부인은 뒤채에 머물게 한다. 이 무렵 김서방은 각 처에 있는 최참판댁 농토를 돌아본다. 올해 수확을 예상하기 위해서다. 소나기를 피하고 얼마 되지 않아 햇볕은 쏟아지고 별안간 김서방 속이 울렁거린다. 마지막 행선지 용수골을 떠날 때는 속이 뒤집힐 것 같이 고통스러웠다. 최참판댁에 당도한 것은 밤이 이슥했을 때..

7 김서방댁의 입방아

날로 여위어가는 삼월이를 두고 김서방과 김서방댁이 한밤 중에 대판으로 한번 싸웠다. 불을 끄고 자려는데, "그눔우 가시나 지 푼수에 그 양반 소실 될라 캤던가? 쇠는 짧아도 침은 질게 뱉는다 카더마는, 지 주제에 돌이나 복이나 끼어 맞추어 주는 대로 기다리고 있일 일이지, 낯짝 반반하다고 넘친 생각을 한 기지." "허 참 시끄럽거마는, 잘라 카는데." 김서방은 이불 속에서 혀를 두들겼다. "아 내 말이 그르요? 오르지 못할 나무는 치다보지도 말라 캤는데, 사나아들이사 열 계집 싫다 하까? 그 생각을 못하고 지 신세 지가 조졌지." "이 소갈머리 없는 늙은 것아! 삼월이가 그러고 싶어서 그랬나. 그저 말이라믄 사죽을 못 쓰니께 어이 그만." 김서방은 돌아누웠다. "와요? 이녁 무신 상관 있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