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덕궁과 경복궁 사이에 끼어 있는 가회동의 이 판서댁에 이상현이 기식하고 있다. 대문간에서 누군가 얘기를 주고받는 것 같은 기척이더니 이상현에게 손님이 찾아왔다. 혜관 스님이다. 상현의 모친 염 씨의 소식을 가져왔다. 설에는 꼭 오라는 전갈이다. 혜관은 간도의 소식과 독립군의 활동상황을 궁금해한다. 얘기를 나누는 가운데 상현은 화류계에 몸을 던진 봉순이, 기화의 소식을 듣는다. 환이는 의병 잡아먹는 동학군을 모으려 한다. 뭔 소린가? 두 사람은 구례와는 다른 방향으로 발을 옮겨 놓는다. 해가 서너 뼘이나 남았을 무렵 혜관과 환이는 운봉 노인이 있는 초막에 당도하였다. 화적 떼로 타락한 무리들, 일본 토벌대에 쫓겨만 다니는 허약한 선비가 이끄는 의병들을 환이는 끈질기게 추적하면서 마치 그림자처럼 그들 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