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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말, 서양말 오남용'의 예

밭알이 2022. 2. 12. 14:17

  잘못 가져다 쓴 중국 글자말과 일본말, 서양말은 글을 어렵게 만들고 뜻을 흐리게 한다. 읽기가 힘들고 듣기도 흉하다. 이런 것이 들어와 있으면 문장이 쓸데없이 길어지고 운율이 무너진다. 잘 쓴 글은 말하듯 자연스러운 글이다.
  다음은 내(유시민 작가)가 글쟁이가 되는 계기를 만들어준 <항소이유서>에서 가져왔다. <항소이유서>가 못난 글인지 쓸 때는 몰랐다. 명문이라고 칭찬한 사람이 많아서 한동안은 우쭐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뜻을 표현하는 데에는 성공했는지 모르지만 문장을 제대로 쓴 글은 아니었다.
  못난 곳에 밑줄을 긋고 바르게 고쳤다. 원래 글에서는 한자말과 격조사를 지나치게 자주 그리고 함부로 썼고, 일본말과 서양말 문법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고친 글이 어딘가 밋밋하고 심심해진 것 같지만 훨씬 자연스럽고 뜻도 더 분명해졌다. 게다가 한 줄 짧아지기까지 했다. 같은 값이면 치마는 다홍이 낫고, 글은 기왕이면 짧은 게 좋다.

O 원래 글                             '경제성장'즉 자본주의 발전을 위하여 '비효율적인' 각종 민주제도(삼권분립, 정당, 노동조합, 자유언론, 자유로운 집회 결사 )폐기시키려 하는 사상적 경향을 우리는 파시즘이라 부릅니다. 그리고 그러한 파시스트국가의 말로가 온 인류를 재난에 빠뜨린 대규모 전쟁 도발과 패배로 인한 붕괴였거나, 가장 다행스러운 경우에조차도 그 국민에게 심대한 정치적·경제적 파산을 강요한 채 권력 내부의 투쟁으로 자멸하는 길뿐임을 금세기의 현대사는 증명하고 있습니다. 나치 독일, 파시스트 이탈리아, 군국주의 일본은 전자의 대표적인 실례이며, 스페인의 프랑코 정권, 합법 정부를 전복시키고 등장했던 칠레·아르헨티나 등의 군사정권, 하루 저녁에 무너져버린 유신 체제 및 지금에야 현저한 붕괴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필리핀의 마르코스 정권 따위는 후자의 전형임에 분명합니다.

O 고친 글                             '경제성장'즉 자본주의 발전을 위하여 '비효율적인' 민주제도(삼권분립, 정당, 노동조합, 자유 언론, 자유로운 집회 결사)를 없애버리자는 사상을 우리는 파시즘이라 합니다. 그러한 파시스트국가는 인류를 재난에 빠뜨린 대규모 전쟁을 일으키고 패배해 무너졌거나, 국민에게 뼈아픈 정치적*경제적 파산을 남긴 채 권력 내부의 투쟁으로 자멸한다는 것을 20세기 현대사는 증명합니다. 나치 독일, 파시스트 이탈리아, 군국주의 일본은 전자의 대표적인 사례이며, 스페인의 프랑코 정권, 합법 정부를 전복시키고 등장했던 칠레*아르헨티나의 군사정권, 하루 저녁에 무너져버린 유신 체제와 지금 크게 흔들리고 있는 필리핀의 마르코스 정권 따위는 후자의 본보기입니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1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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