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50년에서 보내온 경고 >
저는 2019년 2월에 태어난 올해 31살의 직장인입니다. 오늘은 2050년 8월 1일 오후 2시, 서울 도심 온도가 섭씨 43도까지 올랐습니다. 게다가 사흘 연이어 찌는 듯한 폭염입니다. 오존경보는 이제 일상화가 됐습니다. (...) 매년 여름철이면 주변 고령의 어르신들 부고가 많이 들어옵니다. 물론, 살인적 더위 때문입니다. 더 심각한 것은 앞으로도 해가 갈수록 더 더워질 거라는 겁니다.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온난화는 이미 돌이킬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버렸습니다(국회미래연구원).
< 당신은 이렇게 느끼시나요? >
기후활동가 조 더건은 전 세계 과학자들에게 "기후변화에 대해 어떤 느낌이 드십니까?"라는 편지를 보냈다. 많은 과학자들이 답장을 보내왔다. 더건은 편지들을 한자리에 모아 "당신은 이렇게 느끼시나요?"라는 사이트를 열었다. 몇 편을 소개한다.
* "기후변화에 대해 알면 알수록 그것의 위험 때문에 두려워집니다. 기후변곡점이 지나면 지구상에 도미노 효과가 일어나면서 재난이 한꺼번에 몰려올 겁니다. 제일 두려운 것은 이것입니다.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건너 우리 아이들이 지옥과 같은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 "간혹 이런 꿈을 꿉니다. 어떤 시골 농가에 불이 났습니다. 아이들이 이층 창문에 매달려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릅니다. 즉시 소방서에 신고했지만 장난 전화라고 소방차가 출동하지 않습니다. 상황이 아무리 절박해도 도대체 믿어주지를 않습니다. 이런 악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 "기후변화에 관해 과학계의 결론은 이미 끝난 상태입니다. 우리 과학자들은 미지의 사실을 연구하도록 훈련받은 사람이지, 이미 합의가 내려진 문제를 대중에게 다시 설명하고 설득하도록 훈련받은 사람이 아닙니다. 그래서 피곤합니다. 기후변화에 관해 사람들이 너무나 논쟁적이고 교조적이고 무관심하게 반응하는 것에 더욱 피로를 느낍니다."
* "흔히 사람들은 과학자들에게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지 어떻게 '느끼느냐'고 묻지 않습니다. 연구실에서 퇴근한 후 집에 돌아와 아이들을 보면 많이 슬퍼집니다. 지금보다 훨씬 나쁜 환경에서 살아야 한다는 점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얘기해 줄 수 있을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 "비유를 들어보겠습니다. 의사가 오랫동안 알아온 환자에게 위중한 병에 걸렸음을 알려주었습니다. 심각한 상태이지만 열심히 치료하면 나을 수 있는 병입니다. 그런데 환자는 화를 내면서 자신의 상태를 부정합니다. 인간적으로 그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의사는 환자의 병환이 계속 나빠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깊은 무력감에 빠집니다."
* "아무도 내 말을 듣지 않는 것 같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지도자들이 귀를 기울이지 않습니다.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지도자들이 이런 이야기를 무시하는 겁니다. 나는 스스로 세상에서 제일 나쁜 사람 같습니다. '이미 말했잖아요'라는 말을 더 이상 반복하는 것도 지겹습니다. 매일같이 듣기 싫은 소리만 하는 노인이라는 눈총을 받는 것도 이제 힘듭니다. 음모가들이 돈을 벌기 위해 기후변화를 꾸며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만일 내가 돈을 벌 목적이었다면 광산업을 하는 지질기사가 됐을 겁니다. 경악과 개탄 밖에 안 나옵니다. 이런 편지를 썼다고 소셜미디어에서 또 온갖 욕을 하겠지요. 그저 입 다물고 사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네요."
* "가장 압도적인 감정은 분노입니다. 미래세대를 희생시키면서 탐욕과 수익 올리기에만 몰두하는 작태에 대한 분노입니다. 일곱 살짜리 딸을 둔 아버지로서 하는 말입니다. 인간이 만든 기후변화가 인류세대의 대멸종을 앞당기고 있습니다. 대중의 무지와 근시안적인 태도는 일단 논외로 칩시다. 화석연료 기업들로부터 온갖 혜택을 받으며 사리사욕을 채우고 있는 이 나라의 총리와 그 주위의 반환경론자들을 보고 있으면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내 아이의 미래를 훔치면서 희희낙락하고 있는 자들입니다."
* "기후변화 생각만 하면 슬픔이 밀려옵니다. 무서움도 밀려옵니다. 그 어떤 것보다 더 두렵습니다. 강에서 사람들이 보트를 타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행복하게 손을 흔들며 사진을 찍습니다. 보트가 조금 뒤에 천 길 낭떠러지 폭포로 떨어져 모두가 죽을 수도 있는데 아무도 눈치 못 채는 것 같습니다. 아직도 물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시간이 있는데도 말입니다."
* "지구 귀하, 지난 40억 년 이상 정말 고마웠습니다. 당신은 모든 생물의 생명유지장치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0년 동안 인류가 당신에게 저지른 짓에 대해 정말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엄청나게 온실가스를 뿜어댔으니까요. 아무도 기후학자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않았습니다. 그저 새 광산을 개발해 석탄을 캐는 데만 신경을 썼습니다. 우리로서는 최선을 다했지만 정말 미안합니다."
< 탄소 사회의 종말 >에서 발췌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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