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쓴 내 얼굴을 본 지 삼 년이 채워지고 있다.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기본 예의에서 의무가 되었다. 의무가 되면서 수요는 폭발해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었다. 이에 더하여 거름 성능이 시끄러워지며 생소한 KF94라는 용어를 알게 되었다. 식사할 때 대화는 금지되었고 여기저기 칸막이가 설치되었다. 회의는 가급적 생략되거나 화상회의가 되었고 재택근무는 크게 확대되었다.
코로나 종식은 2022년 올 해에도 오리무중이다. 변이 바이러스는 계속 생기고 있고 감염자 수는 널뛰고 있다. 하반기를 지나며 감염자 수의 고무적인 감소로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었다. 실내에서의 마스크 착용도 느슨해졌고 갈등요인이 되기도 했다. 실외와 실내의 경계라 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 안에서의 미착용 사례가 대표적이다.
삼 년간의 전 세계적 마스크 착용은 아마도 유일무이하다. 역사를 통틀어서. 마스크 착용은 이제 일상이 되었다. 옷을 입고 외출하듯 마스크를 쓰고 집을 나선다. 이제 더 오랜 시간 마스크를 쓰게 된다면 인간에게 진화의 계기가 올 지 모른다. 먼저 구강구조가 바뀔 것이다. 마스크의 압력으로 콧등은 낮아지고 호흡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하기 위해 콧구멍이 커질 것이다. 마스크가 얼굴면에 바짝 닿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코끝이 솟아오를지 모른다.
심폐기능은 당연히 더 강화될 것이다. 폐의 이완과 수축을 담당하는 폐근육이 강화될 것이다. 산소를 잡기 위한 포집 효율도 좋아질 것이다. 폐의 발달에 따라 상체가 커지는 형태로 몸이 변할 것이다. 우스꽝스러운 상상을 해본다.
사회적으로 얼굴의 기능이 눈에 집중될 것이다. 입과 입 주변이 눈과 조화되어 전형적인 표정들을 만들어낸다. 기쁨이든 슬픔이든 분노든 실망이든. 눈과 입, 가끔은 코까지 연합해 다양한 표정을 나타내었고 그것은 인간의 사회적 언어 역할을 했다. 이제 눈 만이 그 역할을 해야 하니 오해가 많아질 것이고 단절도 있을 것이다. 어떤 가수는 '눈으로 말해요'라고 노래했지만 마스크를 쓴 눈이 잘 말할지는 의문이다. 자신의 감정을 눈과 눈 주변이 잘 표현해내는지 한 번 살펴볼 일이다.
나 스스로 연습해보니 입이 눈을 따라야 함을 알게 되었다. 눈만 가지고 표정을 만들어 내기는 어렵다. 보이지 않는 입까지 동원해야만 눈가의 표정이 만들어졌다.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함께할 때 온전한 나를 드러낼 수 있다.
법정 스님 말씀이다.
"언제부터인지 어째선인지 우리들의 얼굴은 이와같이 표정을 잃고 굳어버렸다. 뿔뿔이 흩어져 있을 때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일정한 공간에 모여 있을 때 그 얼굴들은 낱낱이 드러난다. 얼굴을 가리켜 '얼의 꼴'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굳어진 얼굴은 탄력을 잃어버린 정신의 상태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 된다."
"자기 얼굴은 자기가 만든다고 했다. 자기가 만든다는 말은 동시에 자기에게 책임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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