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무렵 용이는 홍이를 데리고 산소로 올라갔다. 술을 부어놓고 삼배하고 술을 뿌리고 나서 부자는 서로 멀거니 바라보며 풀밭에 앉았다. "홍아." "예." "니하고 나하고는 시작도 못하고....... 내가 늙어부린 것 겉다." 홍이는 고개를 떨구었다. 무엇을 시작해보지도 못하였는가 잘 알겠기 때문이다. 부자간의 정의도 나누어보지 못하고, 그리고 죽을 날이 가까워왔다는 뜻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마당에 후회나 뉘우침은 없고, 오로지 아들에게 조상의 무덤만을 맡기고 떠나게 되는 것이 안쓰러운 것이다. "아부지!" 홍이는 고개를 떨군 채 흐느껴 운다. 무엇 때문에 세상에 둘도 없는 부자가 싸늘하게 살아야 했던가. 처음에는 아비를 이해하지 못한 데서, 다음에는 자신이 받는 고통 때문에, 분출할 길이 없는 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