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토하듯 진정으로 호소해 봤지만 거듭거듭 목메도록 두드려 봤지만 어떤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 억압자는 굳고 완고하다. 기업주들과 마찬가지로 노동청 관료들 또한 어떠한 관심도, 양심의 아픔도 느낄 수가 없다. 그들의 양심은 억압자의 생리와 관료주의의 타성으로 굳게 닫혀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권력의 윤리, 억압자의 속성인 것이다. 업주들과 근로감독관의 반복되는 회유와 방해 속에 전태일은 시위하는 방법 밖에 없음을 절감하고 죽음을 각오한다. 1970년 11월 13일 1시 30분경, 전태일은 근로기준법과 함께 분신한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일요일은 쉬게 하라!' '노동자들을 혹사하지 말라!' 몇 마디 구호를 짐승의 소리처럼 외치다가 쓰러졌다.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