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평사리 최참판댁은 사대에 걸쳐 마을 가뭄에 치부를 일삼아 만석꾼이 되었다. 향민의 원한이 켜켜이 쌓여 최참판댁은 자식이 귀하다고 전해 내려온다. 1897년, 최참판댁의 주인은 최치수로 병약하고 날카로운 인물이다. 서희는 앙증스러운 다섯 살 배기 최치수의 외동딸이다. 삼 년 전 추운 겨울날, 스무한두 살쯤 되어 보이는 남루하지만 준수한 용모의 젊은 사내가 찾아왔다. 성이 김이라고만 얘기하는 젊은 사내는 뜻 밖에 머슴살이를 부탁했고, 최치수의 모친, 윤 씨 부인의 허락으로 최참판댁에서 지내게 되었다. 이름은 구천이 되었다. 하루 해가 저물어 마름들이 대부분 돌아가면 하인들은 뒷정리를 하고 열쇠꾸러미가 안방으로 들어가면 불이 하나 둘 꺼지면서 집안은 쥐 죽은 듯 고요해진다. 돌이와 삼수는 구천이 오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