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 보기 좋은 구겡거리가 났다고 이리들 서 있노! 영팔이 니 이리 오나! 거기 벅수(바보)겉이 서 있지 말고." 고함 소리에 뻗장나무같이 영팔이 앞으로 나서는데 얼굴은 평소보다 더 길어 보였다. 꾹 다문 입술이 삐죽삐죽 열릴 것만 같았다. 비에 젖어서 눅진눅진해진 새끼줄을 잡아 끊고 치마를 둘러쓴 시체를 윤보와 영팔이 끌어내린다. "아까운 사람, 엄전코 손끝 야물고 염치 바르더니." 방으로 옮겨지는 시체를 따라가며 두만네는 운다. "그러기, 매사가 야물고 짭찔터마는." 서서방의 늙은 마누라도 눈물을 찍어낸다. 옮겨지는 시체를 따라 사람들이 방 앞으로 몰릴 때 봉기는 짚세기를 벗어던지고 원숭이같이 나무를 타고 올라가서 목맨 새끼줄을 걷어 차근차근 감아 손목에 끼고 난 다음 나뭇가지를 휘어잡으며 툭툭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