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 끝나고 두만네가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는데 모깃불을 피워놓고 곰방대를 물고 있던 두만아비는 슬그머니 일어섰다. 삽짝을 나서려 하자 부엌에서 두만네가, "어디 가요?" 하고 물었다. "음." "밤이 저물어도 사돈이 오시믄 우짤 기요?" 그러나 두만아비는 아무 말 없이 나간다. 마을 정자나무 옆을 지나서 언덕을 올라간다. 외딴 언덕 위에, 윤보가 사는 초가의 모깃불이 보였다. "거기 오는 기이 누고." 윤보의 우렁우렁한 목소리가 울려왔다. "나다." "나라니?" "이평이다." "짚세기나 삼을 일이지 머하러 왔노." 거적을 깔아놓고 마당에 누워 있던 윤보는 부시시 일어나 앉는다. "와 오믄 안 되나?" "우리 집이사 사통팔방이니께, 금줄을 칠라 캐도 삽짝이 있이야제. 산짐승도 오는데 사람 못 올 기이 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