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관은 자갈이 한없이 깔려 있는 강변이자 관수의 처가, 울타리 없이 마당 구실을 하고 있는 곳을 바라본다. 여러 날 비를 보지 못한 강변 자갈 위의 햇볕은 봄이지마는 뜨겁게 느껴진다. 쇠가죽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어리 속에 병아리가 삐약거리고 아랫도리를 벗은 아기가 자갈밭을 뒤뚝거리며 걸어가고 다람쥐같이 젊은 여자 하나가 달려 나오더니 아기를 안고 도망치듯 부엌 쪽으로 뛰어간다. 하얗게 바래어진 자갈밭은 백정네 인생처럼 살풍경하다. 마을을 흘러 다니며 가락을 뽑는 광대들의 그 한 맺힌 가락 하나 없이, 햇볕에 타고 있는 쇠가죽처럼 핏빛에 얼룩진 백정네 인생이 거기, 자갈밭에 굴러 있다. "나무관세음보살." 혜관의 염불 소리였다. 관수의 눈이 희번득인다. 머리 골이 울툭불툭한 혜관의 옆모습을 쏘아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