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그믐 날 해거름이었다. 망태 하나를 어깨에 걸머지고 초췌해진 사내가 집안으로 들어섰다. 솜을 두어 누덕누덕 기운 반두루마기도 벗어던진다. "홍아!" "홍아! 아버지 왔다!" 홍이 안방 문을 박차듯 뛰어나온다. 동시에 작은방의 문이 떠나갈 듯 열렸고 영팔이와 두매가 나왔다. 홍이의 얼굴은 홍당무였다. 모두 벙어리가 되어버렸는지 용이 뒷모습을 쳐다본다. 누구 한 사람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몸 전체에서 뿜어내는 준엄한 기운에 세 사람은 압도되어 선 자리에 굳어버린 채다. 방문은 열렸고 그리고 닫혀졌다. 방으로 들어간 용이는 월선을 내려다본다. 그 모습을 월선은 눈이 부신 듯 올려다본다. "오실 줄 알았십니다." 월선이 옆으로 다가가 앉는다. "산판 일 끝내고 왔다." 용이는 가만히 속삭이듯 말했다. "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