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안에서 어미랑 오라비의 목소리를 들었을 텐데 아무 기척이 없다. "아가." 야무네가 방문을 연다. 푸건은 멍청히 앉아 있었다. 며칠 몇 날을 울었을까, 눈이 부어서 눈동자가 보이지 않을 지경이다. "오빠, 날 데리러 왔소?" "가야지, 병 나으믄 도로 오더라 캐도." 딱쇠는 누이의 기막히게 된 모습을 보는 순간 멀기만 했던 생각이, 갑자기 등을 돌리고 달려드는 듯 오열한다. "나는 안 갈 기요, 갈 것 같으믄 콱 고만 죽어부릴라요. 아무리 해도 죽을 긴데 부모 형제까지 못 살게는 못하요. 강서방 하고 함께 죽을 기요." "이 철없는 것아, 그만 날 따라갔이믄....... 하, 하기사." 하다가 야무네는 눈물도 말라버렸는지 햇살이 비치는 방문을 바라본다. 이윽고 발소리가 들려왔다. 방문이 열렸다. 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