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감상하듯 한 번 더 읽었다. 아니, '시를 감상'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른다. 그냥 한 번 더 읽었다. '내 소설 또한 감상되기를 바라며 결코 설명되기를 바라지는 않는' 지은이의 말 때문이었다. 이야기로 읽다가 여러 묘사를 되짚어 읽다가 장면을 그려보며 읽다가 다시 이야기로 읽기가 반복되었다. 오랜 기간 건조한 문장의 독해에 집중하며 읽던 시각과 머릿속 구조가 거북해한다. '문학'과 동떨어진 내 모습을 보게 된다. 한 여자가 있다.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일들이 아무 의미가 없는 것처럼 금후 살아갈 일들에 대해서도 나는 아무 의미를 발견할 수가 없었다(24쪽)' 그 여자는 '밤이면 잠이 오지 않았다. 그것은 정말 가혹한 형벌이었다. 내의식은 언제나 질식한 채 어둠 속에 허옇게 떠 있었다(2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