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이란 도대체 어떻게 써야 하는가. 나는 전혀 모르겠다. 옛날에 써놓았던 것들은 모두 태워버렸다. 모두 남의 흉내가 아니면 내 겉멋 들린 관념의 유희에 불과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이야기만으로 소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언어와의 치열한 투쟁 끝에 얻어낸 자기만의 실로써 자기만의 무늬를 놓아 비단을 짜고 그것을 정교하게 바느질해서 인간에게 입혀놓았을 때, 반드시 그 인간이 어떤 의미로든 아름다움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나는 믿고 있었다.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나 기구한 운명 따위야 영화나 텔레비전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야기 이상의 소설을 쓰고 싶었다. 한 줄의 시, 한 악장의 심포니, 또는 한 폭의 그림따위들은 결단코 설명되어 지거나 해석되어서는 안 되며 다만 느끼어지는 것이라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