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였던지, 부친이 몸져누운 일이 있었다. 환이는 밤을 새워 부친의 시중을 들었다. 모두가 다 잠들었을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각이었다. "환아." "예, 아버님." "너 대장부라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촛불에 그늘진 얼굴을 환이 쪽으로 돌리며 느닷없이 물었다. "아버님 같은 분을 대장부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다면 대장부라는 것은 허욕이니라." "예?" "나도 내 자신을 만백성 구하려고 창칼을 들고 나선 사내, 그런 사내 중의 한 사람이거니 자부하고 싶다. 때론 그렇게 믿기도 하고." "얼마나 많은 백성들이 아버님을 우러러보고 있는지 그것을 모르시어서 하시는 말씀입니까." 환이는 진심에서 그렇게 믿고 있었다. "아직 어린 네가 그리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그러나 내가 내 자신을 다스리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