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질서의 기본, 경제의 규제와 조정'에 대해
헌법 제119조
①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
②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주체간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대한민국은 자본주의 국가이므로 빈부 현상은 어쩔 수 없는 것이며 개인 스스로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반이 맞다고 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가 자본주의에 토대를 두고 있다는 말이고, 반이 틀리다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는 경제적 평등과 정의를 위하여 경제 질서에 개입해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많은 헌법학자들이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를 가리켜 ‘수정자본주의’, 이러한 대한민국을 가리켜 ‘사회국가’라 일컫는다.
제헌헌법 제84조는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정의의 실현과 국민경제의 발전을 기함을 기본으로 삼는다. 각인의 경제상 자유는 이 한계 내에서 보장된다”고 하여 경제적 평등이 인정되는 토대 위에서 경제적 자유를 실현하도록 했다.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경제 질서의 주체인 개인과 기업이 경제상의 자유를 누리고 자신의 생각과 판단에 따라서 이익 활동을 하는 것에 기반을 두고 있다. 따라서 경제주체의 활동은 일차적으로 그들의 자유와 자율성에 입각하여 보장되어야 한다. 국가의 주도 및 계획하에 경제를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원리에 기반을 두고 경제 질서가 유지되어야 하는 것이다.
1항에서 자유로운 시장경제의 원칙을 밝혔다면 2항은 자유로운 시장경제에서 나타날 폐단을 막기 위해 이를 제한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절대적 개인주의ㆍ자유주의에 근간을 둔 자본주의사회에서는 계약 자유의 미명 아래 있는 자, 가진 자의 착취에 의해 경제적 지배 종속 관계가 성립하고 경쟁이 왜곡되어 결국에는 빈부의 격차가 현격해지고, 사회계층 간의 분화와 대립 갈등이 첨예화되는 사태에 이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를 대폭 수정하여 실질적인 자유와 공정을 확인할 필요성이 생겼는데, 헌법 제119조 2항이 그러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제119조 2항에 따르면, 첫째 국가는 국민경제가 어느 한 계급이나 계층에 치우침 없이 골고루 균형 있게 성장하고 안정을 유지하도록, 둘째 빈부 격차를 해소하고 소득이 적정하게 골고루 분배될 수 있도록, 셋째 특정 경제주체가 시장을 지배하고 경제력을 함부로 휘두르는 일을 막고 모든 경제주체가 제 목소리를 내면서 조화롭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개인은 사채업자에 비해, 재래시장 상인들은 대형 유통업체에 비하여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다. 이들 사이의 자유로운 계약과 경쟁은 허울에 불과할 가능성이 크다. 국가가 이들 사이에 개입해서 <이자제한법>,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법>과 같은 법률을 제정ㆍ시행하는 것이 2항이 추구하는 바다. 그렇게 하면 현실적으로도 자유로운 계약이 성립되고, 자유로운 경쟁이 가능하게 되어 궁극적으로 제119조 1항에서 말하는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가 존중될 수 있는 것이다.
요컨대 헌법 제119조는, 헌법이 이미 많은 문제점과 모순을 노정한 자유방임적 시장경제를 지향하지 않음과 동시에 전체주의국가의 계획통제경제도 지양하면서, 국민 모두가 호혜 공영하는 실질적인 사회정의가 보장되는 국가, 환언하면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이라든가 시장 메커니즘의 자동 조절 기능이라는 골격은 유지하면서 국민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하여 소득의 재분배, 투자의 유도ㆍ조정, 실업자 구제 내지 완전고용, 광범한 사회보장을 책임 있게 시행하는 국가, 즉 민주복지국가의 이상을 추구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 지금 다시, 헌법 >에서 발췌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