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신으로 국제 규범 이해하기
헌법 제6조 1항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법의 존재 양식을 법원이라 한다. 법의 종류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으므로, 그렇게 이해해도 좋다. 단, 재판을 행하는 장소인 법원과 구별만 하면 된다. 국내법의 법원이라면 국내에서 효력이 있는 규범의 종류를 말하는데 헌법, 법률, 시행령, 시행규칙, 조례 같은 것들이다.
국제법의 법원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국가와 국가 사이에서 발생한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기준이 되는 국제법에는 어떤 것이 있느냐라는 말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조약이다.
국내의 법률은 효력을 발생하기 시작하면 모든 국민들에게 적용된다. 위반하면 처벌받거나 다른 불이익을 받게 된다. 그런데 국제법은 그렇지 않다. 조약이 만들어졌다고 모든 나라에 효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마치 계약처럼, 조약을 체결한 해당 국가들 사이에서만 법으로서 효력이 있을 뿐이다. 이미 체결된 조약에 동조하여 나중에 가입한 나라에도 효력이 생긴다. 하지만 위반한 국가가 생기더라도 강력하게 제재하거나 강제로 이행시킬 방법은 없다.
그러나 어떤 국가든 밖으로 향한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살아갈 수는 없다. 자원의 고갈, 자연환경의 변화, 과학기술의 급격한 발전에 대처하려면 국가들끼리 협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 특히 세계의 평화를 항구적으로 유지하기 위하여 국제적 교섭과 유대의 필요성은 거의 절대적이다. 그러므로 국제법으로 기능하는 규범을 모든 국가들이 국내법처럼 인정하고 준수하기를 기대한다. 이것이 '국제 정신'이다.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한다는 말은 무엇인가? 조약을 체결하고 비준하는 일은 대통령의 권한이다. 조약은 체결하기 전에 반드시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조약을 체결하고 비준할 때에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런 헌법에 규정된 절차에 따른 조약이라야 합헌적이고 정당한 규범이라는 의미다.
조약 외에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란 무엇인가? 가장 적당한 예는 많은 나라들이 체결한 널리 알려진 조약이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가입하지 않은 것이다. 결국 일반적으로 승인된 것이냐 아니냐를 누가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문제다. 국제법과 국제 질서를 적극 존중한다는 의미가 강하게 담겨 있으나, 현실에서는 우리가 가입하지 않은 조약을 국내법처럼 인정할 가능성이 극히 적다.
1989년 사립학교 교원들의 노동3권을 제한하는 법률이 위헌이 아닌가라는 문제가 제기된 사건이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선언적 의미만 있다는 이유로 세계인권선언의 국내법적 효력을 부인했고, 국제노동기구가 채택한 권고 등은 우리나라가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역시 효력이 인정되지 않았다. 1991년 7월 22일 헌법재판소의 그 선고가 있은지 몇 개월 뒤에 대한민국은 국제노동기구에 가입했다.
이는 조약 등 국제법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이 있음을 인정한다는 것으로, 그것들을 철저히 지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그런데 새로 체결한 조약과 국내법이 서로 저촉할 때 문제가 생긴다. 이때 국내법이 우선이냐 국제법이 우선이냐, 아니면 신법 우선의 원칙에 따라 나중에 생긴 것이 우선이냐 하는 주장들이 엇갈린다. 진실로 국제조약을 존중하고 준수할 의사가 있다면, 새로 체결한 조약과 저촉되는 국내법 규정이 없는지 잘 검토한 뒤 저촉되는 국내법 규정을 새 조약에 맞추어 개폐해야 옳다. 그렇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는 국가가 얼마나 되는지 의심스럽다.
< 지금 다시, 헌법 >에서 발췌요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