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공부/페미니즘 공부

'가부장제 사회'에 대해

밭알이 2022. 10. 23. 19:14

  연령주의와 성차별주의를 절충한 말로 사용되는 가부장제(parti-archy)는 연장자 남성 중심 사회를 의미한다. 우스운 것은 지금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유한 계층 외에는 연장자 남성 중심이기는커녕, 그들을 존중하는 사회가 아니라는 점이다.
  가부장제 사회가 작동할 수 있는 근본적인 구조 중의 하나는 남성이 여성의 친밀성 능력과 감정 노동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성과 사랑의 주체는 남성이지만, 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노동은 여성이 담당한다. 여성이 노동을 그만두는 순간, 대부분의 관계도 끝난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의 성역할은 생물학적 필연이 아니라 남성 중심적 시선, 해석, 필요, 기능, 환상이다. 남성과 그들이 지배하는 사회가 여성이 할 일을 정한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의 계급과 정체성은 경제력이나 사회적 지위에 따라 결정되지만, 여성의 지위는 몸/성에 따라 정해진다. '정숙한 여성', '문란한 여성'은 있지만, '정숙한 남성', '문란한 남성'이란 말은 없다. 
  섹스와 음식만들기는 가부장제 체제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여성에게만 부과되는 노동이다. 즉, 음식과 성을 노동으로 강요받는 사람은 여성이지만, 여성은 음식과 성을 즐길 수도 없고 욕망해서도 안 되는 것이다. 여성의 성욕이 부계 가족 유지-아들 낳기만을 위해 허용되듯, 여성의 식욕이 찬양되는 시기는 임신했을 때뿐이다.


  가부장제 사회는 여성을 미혼이든 비혼이든 그의 의사와 상관없이 언젠가는 어머니가 될 것이라고 전제한다. 사실 '생계 부양자 남성/가사 노동자 여성'이라는 성역할 모델은 극히 일부 중산층만의 전형일 뿐, 대부분의 가정에서 여성은 생계 부양자이자 가사 노동자다. 잠재적 어머니로 분류되는 여성 노동자는 노동 시장 진입에서부터 임금, 승진에 이르기까지 '어머니냐, 노동자냐'라는 정체성을 택일할 것을 강요받거나, 택일하지 못할 바에야 둘 다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폭력이나 차별은 인권의 시각에서 정의되거나 문제화되지 않고, 가족주의, 민족주의 등 남성 공동체의 관점과 이해에 따라 규정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사회의 반성폭력 담론이 여성의 인권을 위해서가 아니라 부계 가족 보호라는 남성 공동체의 이해에 더 기능적이다.

  성차별이 인권 문제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기본 질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가 불가피하다. 남성 중심의 공동체적 질서가 강한 한국사회에서 여성이 권리를 획득하는 문제는, 곧 공동체에 대한 공격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성을 통해서만 사회적 지위와 정체성을 획득해 왔던 여성이 국가, 사회와 직접 협상하는 주체, 사회적 시민으로 나서게 됨을 의미한다.


                                                                  <페미니즘의 도전>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