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랑 쪽 모퉁이로 길상이 급하게 뛰어간다. 봉순이도 급히 걸어가고 김서방 댁도 엉기정엉기정 따라간다. 수동이 거처방에서 울음소리가 새어 나온다. 수동이는 눈을 뜬 채 죽어있다. 조준구와 홍 씨는 속이 후련해지며 희희낙락이다. 불리해지는 현실 가운데 서희는 포악스럽고 의심이 많아지고 있다. 반면, 제 나이를 넘어선 명석함으로 사태를 가늠하는 냉정함이 도사리고 있었다. 봉순이는 길상을 깊이 사모하지만 길상은 봉순이를 피하는 것이 완연했다. 한편, 봉순이는 다른 꿈을 좇고 있다. 평생을 비단옷에 분단장하고 노래 부르며 사는 세상, 그곳으로 끌려간다. 한 번은 길상이 니 겉은 화냥기 있는 가씨나는 싫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길상이는 후회했지만, 봉순이한테 깊은 상처, 평생 잊지 못할 상처를 주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