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은 말을 뚝 끊고 고개를 숙인다. 조는가 했더니 자맥질하던 해녀같이 얼굴을 치켜세운다. 몽롱한 취안이다. 씩 웃는다. "최서희가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어? 흥, 천하를 주름잡을 텐가? 어림도 없다!" 어조를 싹 바꾸며 반말지거리다. 장승처럼 서 있는 서희 얼굴에 경련이 인다. "넌 일개 계집아이에 지나지 않단 말이야! 거 꿈 하나 거창하지. 아무리 돼지 멱따는 소리 질러봐야 이곳에 구종별배도 없고 으음, 있다면 왜놈의 경찰이 있겠구먼. 흥, 그 새 뼈가지 몸뚱이로 어쩔 텐가? 난 지금이라도 널 희롱할 수 있어. 버릴 수도 있고 흙발로 짓밟을 수도 있고 가는 모가지를 비틀어 죽일 수도 있다 그 말이야. 나 술 안 취했어. 내 핏속엔 술이 아니고오, 음 그렇지 그래. 대역죄인의 피가 흐르고 있을 게야.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