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글쓰기 74

<페미니즘의 도전> 요약

먼저, 필요를 느끼고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텔레비전 화면 속이 아닌 가정과 직장에서, 길거리에서 일상으로 벌어지는 소통의 아쉬움, 이해되지 않음, 같이하지 못하는 단절의 느낌을 가진다면. 앎에 대해 서로 다름을 인식하고 삶에 대한 불일치를 느낀다면. 이런 필요를 느껴야 한다. '세상에 하나의 목소리만 있을 때는 다른 목소리는 물론이고, 그 한 가지 목소리마저도 알기 어렵다. 의미는 차이가 있을 때 발생하며, 인식은 경계를 만날 때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은 날카로운 경계에 서는 것이다. '경계에 선다는 것은 혼란이 아니라 기존의 대립된 시각에서는 만날 수 없는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상상력과 가능성을 뜻한다.' 이런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여성주의의 기초는 '젠더'에 대한 시각이다. 어느 ..

20 임이네와 임이, 그 어미에 그 딸

임이는 방문을 닫아주고 마루에 걸터앉은 월선의 뒷모습을, 그의 주변을 유심히 쳐다본다. 뭐 가져온 거나 없는지 살피는 눈초리다. "아이구 내사 마, 머가 먼지 모리겄네. 간도댁 엄마요." "와." "봉순이는 부자한테 시집갔는가 배요? 주산이(비단)를 감고 찬물에는 손도 안 넣는 팔자 겉이 뵈니께." "......." "사램이 심사가 따로 있소? 내 팔자 생각한께 천양지간이고, 부모 없는 봉순이도 팔자가 저리 쭉 늘어졌는데 나는 와 이렇겄소? 세상에 촌놈도 그런 촌놈은 없일 기고 살림이 넉넉한 것도 아니고 군식구라고 아무 데나 치았인께. 야속하요." "씰데없는 소리." 부엌에서 달가닥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임이는 사냥개처럼 그 소리에 민감하다. 신발을 끌고 부엌으로 급히 간다. "어매 멉니까?" "머기는..

19 길상, 서희와 봉순이의 만남

불이 환하게 비쳐 나온 서희 방을 향해 길상은 다가간다. 방엔 팽팽하게 불빛이 들어찬 것 같고 넘쳐서 굴러 나올 것만 같은 긴장감을 길상은 느낀다. 신돌 아래서 기침을 한다. 그리고 방 앞에 가서, "들어가도 좋소?" "네." 짤막한 서희의 대답이다. 방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봉순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서방님, 오래간만이오." 조용한 음성, 조용한 몸가짐, 역시 봉순은 기생이었다. 서희는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오래간만이군. 그간 별일 없었겠지?" 길상은 엄청나게 변모한 봉순에게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별일이 없었느냐는 말도 실수였고, 봉순은 배시시 웃었다. "별일이 왜 없었겠습니까?" 길상도 실소한다. "앉지." "네." 비로소 길상은 서희에게 눈길을 돌린다. "속이 안 좋다고 했는데 괜찮소?..

18 서희와 봉순이의 해후

"그건 그렇고, 길상이는 지금 이곳에 있지 않소이까?" 혜관은 비로소 말을 중단하고 기화에게 재빠른 시선을 던진다. "서방님께서는 회령 나가셔서 안 계시오. 내일께나 오실는지요." 기화의 머리가 앞으로 확 수그러지고 혜관은 파리 잡아먹은 두꺼비처럼. 혜관이나 기화가 다 같이 예상했던 대로다. 그러면서도 충격이었다. 능글맞은 혜관도 숨이 막히는 듯 짓눌린 한숨이 가느다랗게 새어 나왔다. "그러면은 스님께선 별채에 가셔서 쉬시겠소?" 서희가 침묵을 잡아젖혔다. "쉬기보담 허기부터 달래야겠소." 혜관은 얼버무린다. "네. 저녁을 곧 올리도록 하겠소. 봉순인 나랑 함께......." "네." 기화 얼굴은 온통 눈물에 젖어 있었다. 혜관이 부산스럽게 나간 뒤, "애기씨!" "응." 서희 눈에 처음으로 눈물이 핑 ..

2부 4편 용정촌과 서울

들어서 이미 알고 있는 터였지만 용정촌 역두에서부터 최서희의 콧김이 세다는 것을 혜관과 기화는 실감하며 걸음을 내딛는다. 혜관 뒤를 조르르 따라가는 기화는 불안전해 보인다. 기화는 오소소 떨며 한기를 느끼듯 마음이 추운 것이다. 혜관과 기화를 별채에 안내하라 일러놓고 서희는 생각에 빠져든다. 봉순아! 부르며 달려가고 싶은 충동이 전혀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 서희는 그리운 정을 손아귀 속에서 뭉개버린다. 확고부동한 권위의식이 잠시 동안 거칠었던 숨결을 잠재워준다. '하인과 혼인을 했다 해서 최서희가 아닌 것은 아니야. 나는 최서희다! 최참판댁 유일무이한 핏줄이다!' 권위의식의 깊은 곳으로 빠져드는 그것은 서희의 불도 살라 먹으려는 무서운 집념이다. '오래간만이군, 봉순이.' '애기씨!' 서희의 손은 싸늘..

17 관수의 불손함과 꾸짖는 혜관

혜관은 자갈이 한없이 깔려 있는 강변이자 관수의 처가, 울타리 없이 마당 구실을 하고 있는 곳을 바라본다. 여러 날 비를 보지 못한 강변 자갈 위의 햇볕은 봄이지마는 뜨겁게 느껴진다. 쇠가죽이 여기저기 널려 있다. 어리 속에 병아리가 삐약거리고 아랫도리를 벗은 아기가 자갈밭을 뒤뚝거리며 걸어가고 다람쥐같이 젊은 여자 하나가 달려 나오더니 아기를 안고 도망치듯 부엌 쪽으로 뛰어간다. 하얗게 바래어진 자갈밭은 백정네 인생처럼 살풍경하다. 마을을 흘러 다니며 가락을 뽑는 광대들의 그 한 맺힌 가락 하나 없이, 햇볕에 타고 있는 쇠가죽처럼 핏빛에 얼룩진 백정네 인생이 거기, 자갈밭에 굴러 있다. "나무관세음보살." 혜관의 염불 소리였다. 관수의 눈이 희번득인다. 머리 골이 울툭불툭한 혜관의 옆모습을 쏘아본다. ..

16 관수의 바른소리 하기

쪼깐이 집의 국밥, 무를 엇비슷이 썰어 넣고 끓인 생대굿국이다. 석이 입에 쫄깃쫄깃한 대구 살이 달다. 젖 빛깔이 방울방울진 고기는 입속에 들어가기가 바쁘게 녹는다. 향긋한 생파 내음, 사발의 바닥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사발을 기울이며 남은 것을 아쉽게 퍼올리는 석이 모습을 여자는 멸시의 눈으로 힐끗 쳐다본다. 눈살을 찌푸린다. "아지마씨." "예." "물지게꾼이 내놓는 국밥 값은 썩은 돈이오?" "무슨 말을 그렇게." 느닷없이 하는 말에 여자는 당황한다. "똑똑히 들으시오, 각시. 그렇지 두만이 각시믄, 작은 각시든 큰 각시든 각시는 각시니께로." "아니." 얼굴이 벌게진다. "보소 서울각시, 각시 씨애비 씨에미 그라고 서방도 다 그렇기 누데기옷을 입고 살아왔소. 그거는 그렇다 치고 또 니는 머꼬? 술..

2부 3편 밤에 일하는 사람들

창덕궁과 경복궁 사이에 끼어 있는 가회동의 이 판서댁에 이상현이 기식하고 있다. 대문간에서 누군가 얘기를 주고받는 것 같은 기척이더니 이상현에게 손님이 찾아왔다. 혜관 스님이다. 상현의 모친 염 씨의 소식을 가져왔다. 설에는 꼭 오라는 전갈이다. 혜관은 간도의 소식과 독립군의 활동상황을 궁금해한다. 얘기를 나누는 가운데 상현은 화류계에 몸을 던진 봉순이, 기화의 소식을 듣는다. 환이는 의병 잡아먹는 동학군을 모으려 한다. 뭔 소린가? 두 사람은 구례와는 다른 방향으로 발을 옮겨 놓는다. 해가 서너 뼘이나 남았을 무렵 혜관과 환이는 운봉 노인이 있는 초막에 당도하였다. 화적 떼로 타락한 무리들, 일본 토벌대에 쫓겨만 다니는 허약한 선비가 이끄는 의병들을 환이는 끈질기게 추적하면서 마치 그림자처럼 그들 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