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해는 단순히 문자를 알고 글을 읽는 행위가 아니다. 독해는 어떤 텍스트가 담고 있는 정보를 파악하고 논리를 이해하며 감정을 느끼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그 정보와 논리와 감정을 특정한 맥락(Context)에서 분석하고 해석하고 비판하는 작업이다. 독해력이 좋은 사람일수록 텍스트를 더 빠르게 더 정확하게 더 개성있게 요약할 수 있다. 훌륭한 글은 뚜렷한 주제의식, 의미 있는 정보, 명료한 논리, 적절한 어휘와 문장이라는 미덕을 갖추어야 한다. 넷 모두 한꺼번에 얻거나, 하나도 얻지 못하거나, 둘 중 하나다. 독서는 독해력을 기르는 가장 좋은 방법일 뿐 아니라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다.
언어는 단순한 말과 글의 집합이 아니다. 언어는 생각을 담는 그릇이다. 말하고 글 쓰는 것 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데에도 언어가 있어야 한다. 모국어를 바르게 쓰지 못하면 깊이 있게 생각하기 어렵다. 생각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글을 제대로 쓸 수 없다.
독해는 텍스트가 전해주는 정보, 논리, 이야기, 감정을 파악하고 해석하고 느끼고 즐기는 일이다. 텍스트를 그저 따라 가기만 하거나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독해가 아니다. 모든 텍스트가 옳은 정보, 앞 뒤가 맞는 논리,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와 감정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독해는 텍스트의 한계와 오류를 찾아내거나 텍스트를 다른 맥락에서 해석하는 작업을 포함한다.
한 문장에 생각 하나를 담으면 저절로 단문이 된다. 나는 문장을 단문으로 쓰는 원칙에 전적을고 공감한다. 문장을 끊어 주면서 앞 뒤 문장을 서로 다른 형태로 만들어 주면 훨씬 분명하고 자연스러운 글이 된다.
텍스트는 내용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문제점과 한계까지 탐색하면서 읽어야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면 그 문제점과 한계가 어디서 왔는지도 추론해 볼 수 있다. 그렇게 하려면 책을 읽을 때 저자가 어떤 사람이며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보는게 도움이 된다.
무슨 책이든 많이 읽으면 독해력이 좋아진다. 하지만 글쓰기 능력을 기르고 싶다면 책을 골라 읽는 것이 바람직하다. 독해력을 키우고 글쓰기를 익히는데 더 많이 도움되는 책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책을 모으면 '글쓰기를 위한 전략적 독서 목록'이 된다. 그렇다면 왜 어떤 책이 다른 책보다 글쓰기에 더 도움이 되는 것일까? 어휘와 문장의 양과 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회적, 정치적 현안이나 자연과학의 쟁점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는 상황이 크게 달라진다. 자기 생각을 말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글로 쓰라고 하면 더 어려워 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견해를 세우는 데 꼭 필요한 개념과 어휘를 몰라서 그런 경우가 많다.
텍스트를 생산하려면 단어를 조합해서 문장을 만들어야 한다. 어떤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는데 꼭 필요한 개념을 아예 모르면, 또는 그 개념을 알아도 다른 개념과의 관계를 잘 모르면 문장을 만들지 못한다. 사람이 구사하는 어휘의 수는 지식수준에 비례한다. 또 어휘를 많이 알아야 옳고 정확한 문장을 만들 수 있다. 우리는 지식을 배우면서 어휘를 익히고, 텍스트를 독해하면서 문장을 익힌다.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책을 고르는 기준은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인간, 사회, 문화, 역사, 생명, 자연, 우주를 이해하는데 꼭 필요한 개념과 지식을 담은 책이다. 이런 책을 읽어야 글을 쓰는데 꼭 필요한 지식과 어휘를 배울 수 있으며 독해력을 빠르게 개선할 수 있다. 둘째는 정확하고 바른 문장을 구사한 책이다. 일건 책을 읽어야 자기의 생각을 효과적이고 아름답게 표현하는 문장 구사능력을 키울 수 있다. 셋째는 지적 긴장과 흥미를 일으키는 책이다. 이런 책이라야 즐겁게 읽을 수 있고 논리의 힘과 멋을 느낄 수 있다. 좋은 문장에 훌륭한 내용이 담긴 책을 즐거운 마음으로 읽으면 지식과 어휘와 문장과 논리 구사능력을 한 꺼번에 얻게 된다.
논리적 글쓰기를 하려면 추상적 개념을 담은 어휘를 많이 알고 명료한 문장을 쓸 줄 알아야 한다. 추삭적 개념을 익히려면 문학작품만이 아니라 인문학과 자연과학 교양서도 많이 읽어야 힌다.
<유시민의 글쓰기특강>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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