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평사리 최참판댁은 사대에 걸쳐 마을 가뭄에 치부를 일삼아 만석꾼이 되었다. 향민의 원한이 켜켜이 쌓여 최참판댁은 자식이 귀하다고 전해 내려온다. 1897년, 최참판댁의 주인은 최치수로 병약하고 날카로운 인물이다. 서희는 앙증스러운 다섯 살 배기 최치수의 외동딸이다.
삼 년 전 추운 겨울날, 스무한두 살쯤 되어 보이는 남루하지만 준수한 용모의 젊은 사내가 찾아왔다. 성이 김이라고만 얘기하는 젊은 사내는 뜻 밖에 머슴살이를 부탁했고, 최치수의 모친, 윤 씨 부인의 허락으로 최참판댁에서 지내게 되었다. 이름은 구천이 되었다.
하루 해가 저물어 마름들이 대부분 돌아가면 하인들은 뒷정리를 하고 열쇠꾸러미가 안방으로 들어가면 불이 하나 둘 꺼지면서 집안은 쥐 죽은 듯 고요해진다. 돌이와 삼수는 구천이 오늘도 밖으로 나갔음을 서로 속닥이다 뒤를 쫓는다. 요즘 구천이는 한 밤이 되면 당산 숲을 헤매다 돌아오곤 한다. 돌이와 삼수는 구천의 뒷모습을 찾지 못하다가 당산에 오른다. 누각을 향한 오르막길에서 구천을 발견하고 뒤따른다. 구천은 누각 옆에서 희미하게 불이 켜져 있는 초당을 내려보다가, 빠르게 숲을 향해 움직인다. 개울을 건너뛰어 바위 위로 올라간다. 두 팔을 뻗어 바위를 짚고 심장을 찢어내는 것 같은 울음소리를 낸다.
근 반년 만에 최치수가 집을 나선 날, 윤 씨 부인은 봉순네를 불러 서희를 사랑에 데리고 있으라 한다. 길상과 봉순이가 사랑에서 서희와 놀아주고 있는 사이, 윤 씨는 김서방과 한참 얘기를 한다. 저녁에, 바우할아범이 죽어 초상이 나고 불이 온통 켜졌을 무렵 고소성 골짜기를 지나가는 초롱불이 있었다. 서희는 서울 갔다는 엄마를 데려오라 한 동안 떼를 쓰고 발광을 했다.
평사리 작인 이용은 칠성이와 장에 간다. 해나절이 다 돼가는 늦은 시간이다. 이용의 처 강청댁은 푸념이 가득하고 용이는 강청댁의 부아를 돋운다. 파장 무렵에 용이는 삼거리 주막으로 들어간다. 주모 월선은 최참판댁 사정을 물어보고, 이용은 술판만 내려보고 앉았다가 일어선다. 강청댁에게 장날은 원수일 수밖에 없다. 옛날, 강청댁이 용이에게 시집오기 전 용이와 월선이 헤어진 사연을 귀가 아프도록 들어왔던 것이다.
봉순네는 길상과 봉순이에게 설날에 오광대놀이를 구경시켜 주겠다고 약속을 하고, 이용에게 부탁한다. 용이는 출발준비를 하고, 강청댁은 앵앵거리다가 시부리다가 울음을 떨군다. 그런다고 읍내행을 중지할 용이가 아니다. 월선네 들르고 아이들은 떡꾹을 먹는 둥 마는 둥 들떠있다. 보기 좋은 자리에 자리를 잡고, 두 번째 마당이 끝났다. 용이는 일어선다. 멀지 않은 주막에서 술사발을 연거푸 들이켜더니 월선네에 들이친다. 한시 한때도 잊지 못했던 용이는 월선과 풀어헤칠 수 없는 처절한 사랑의 의식을 올린다.
영락한 양반 출신인 김평산은 시정잡배 못지 않게 타락한 인간이다. 밤새 노름을 하고 주막으로 향한다. 오래 오래간만에 강포수를 만난다. 귀녀라는 최참판댁 계집종이 금가락지를 주고 계집이 지니면 사내가 떨어지지 못한다 카는 여우를 구했다는 얘기를 듣는다. 김평산은 귀녀를 불러내 귀녀의 욕망을 떠본다. 김평산은 다음으로 칠성이를 유혹한다. 근자에 와서 번번이 술을 사고 노름 뒷돈을 댄다. 진시황의 씨 속인 이야기를 하고 평사리의 드넓은 들판을 보며 들판 속에서 등 빠지는 수고와 도지빚과 길쌈의 고생을 얘기한다. 칠성이는 그에게 남다른 면이 숨어 있는 것 같이 느낀다.
서울 손님이 왔다. 최치수의 조모, 조씨부인의 오라버니의 맏손자, 최치수의 재종형 조준구였다. 검은 빛 양복에 모자, 구두를 신은 서울의 신식 양반이다. 실상은 빚에 쫓겨 도망 온 것이다. 하인들의 대하는 투로 보아 윤 씨 부인이나 최치수에게 반가운 손님은 아닌 듯싶다. 조준구는 보름을 넘겨 지내고 있다. 치수의 비위를 맞추기도 하고 답답함도 느낀다. 치수 앞을 떠나면 의젓하고 너그러운 서울 나으리가 된다. 마을의 농부들과 친해지려고 노력한다. 처음 경계했던 마을 사람들은 차츰 호감을 가지기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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