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글쓰기 이론

못난 글을 피하는 법

밭알이 2022. 3. 12. 22:21

  못난 글은 다 비슷하지만 훌륭한 글은 저마다 이유가 다르다. 역설로 들리겠지만, 훌륭한 글을 쓰고 싶다면 훌륭하게 쓰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 못난 글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만 하면 된다. 훌륭한 글을 쓰고 싶다면 잘못 쓴 글을 알아보는 감각을 키우려고 노력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잘못 쓴 글을 알아볼 수 있을까? 쉽고 간단한 방법이 있다. 텍스트를 소리내어 읽어보는 것이다. 만약, 입으로 소리내어 읽기 어렵다면, 귀에 듣기에 좋지 않다면, 뜻을 파악하기 어렵다면 잘못 쓴 글이다. 이런 글을 읽기 쉽고 듣기 좋고 뜻이 분명해지도록 고치면 좋은 글이 된다. 생각과 감정을 소리로 표현하면 말(입말)이 되고 문자로 표현하면 글(글말)이 된다. 말과 글 중에는 말이 먼저다. 말로 해서 좋아야 잘 쓴 글이다. 글을 쓸 때는 이 원칙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독자가 편하게 읽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는 것이 기본이다. 기본을 지키기만 하면 최소한 못나지 않은 글을 쓸 수 있다. 여기에 나름의 개성을 입혀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면 훌륭한 글이 된다.


  이오덕선생의 <우리글 바로쓰기>를 읽으면 못난 글을 알아보는 감각을 익히는 데는 확실한 효과가 있다. 남의 나라 말에 오염되어 생긴 문제를 세 가지 얘기한다.


  첫째, 우리 말과 글이 쓸데없이 어려워졌다.
  둘째, 우리 말과 글이 흉해졌다.
  셋째, 우리 말과 글로 생각과 느낌을 바르게 표현하지 못하게 되었다.


<우리글 바로쓰기>는 우리말글에 들어와 문제를 일으키는 중국글자말, 일본말, 서양말을 낱낱이 집어내 보여준다. 이 책을 읽으면 그런 것을 정확하게 알아보고 물리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우리는 한자말을 오남용하는 경향이 있다. 구태여 한자말을 써서 글을 어렵게 하고 읽기도 듣기도 불편하게 만든다. 우리말에는 한자말과 토박이말이 뒤섞여 있다. 마음만 먹으면 한자말을 토박이말로 바꿔 쓸 수 있다. 예컨대 '병용'을 '아울러 쓰기'나 '나란히 쓰기'로, '오용'과 '남용'은 '잘못 쓰기'와 '함부로 쓰기'로 바꾸는 것이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모두가 노력하면 토박이말이 우세해져서 언젠가는 한자말을 쓰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직 완전한 토박이말만 아름다운 우리말이 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일상생활에서 쓰는 범위를 넘어 토박이말을 지나치게 많이 쓰면 의사소통을 하고 정서적인 교감을 이루는 데 장애가 생긴다.


  우리말에 들어온 일본말은 문장을 뒤틀고 뜻을 흐리게 하며 자연스러운 운율을 파괴한다. 여기에 서양말 문법까지 뒤섞이면 도저히 우리말이라고 하기 어려운 글이 된다. 일본말과 서양말 오염을 피하려면 두 가지를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 바로 일본말 토씨(조사)와 피동형 문장이다. '의'와 '에의''으로의''에서의''에 있어서의''에로의''으로부터의'와 같이 '의'를 겹쳐 쓴 토씨는 모두 우리말법에 어긋난다. '민중의 주인된 삶''문학에의 초대''고향으로의 귀환''급변하는 사회에 있어서의 문학의 영원성''냉전체제로의 회귀'와 같이 일본말 조사를 따라 쓴 글은 우리가 볼 수 있는 모든 미디어에 널려 있다.


  피동형 문장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우리말에는 피동형 문장이 드물다. '보여지다''되어지다''키워지다''다뤄지다''모여지다''두어지다''보아지다' 등 타동사를 피동형으로 쓰는 것만으로 모자라는지 자동사까지 억지로 피동형으로 만들어 쓴 문장은 우리말이라고 할 수가 없다. 서양말의 완료시제와 복수형 어미 오남용도 심각한 문제다. 우리말은 완료시제가 없다. '어제 어머리를 만났었다'거나 '고향을 방문했었다'는 식으로 글을 쓰고 말을 해서는 안 된다. 우리말은 명사 그 자체를 복수라고 분명하게 드러내야 할 때가 아니면 복수형을 쓰지 않는다. 그런데도 '방법들을 찾아야 한다'는 식으로 추상명사에까지 '들'을 붙여 쓰는 사람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서양말 단어까지 마구잡이로 쓰면 국적을 알기 어려운 말이 된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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