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하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 텍스트 발췌요약부터 시작하는게 좋다. 글쓰기에는 비법이나 왕도가 없다. 글쓰기를 할 때는 만인이 평등하다. 잘 쓰고 싶다면 누구나, 해야 할 만큼의 수고를 해야 하고 써야 할 만큼의 시간을 써야 한다.
'발췌'는 텍스트에서 중요한 부분을 가려 뽑아내는 것이고, '요약'은 텍스트의 핵심을 추리는 작업이다. 발췌는 선택이고 요약은 압축이라고 할 수 있다. 발췌가 물리적 작업이라면 요약은 화학적 작업이다. 그런데 어떤 텍스트를 요약하려면 가장 중요한 정보를 담은 부분을 먼저 가려내야 한다. 효과적으로 요약하려면 정확하게 발췌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보면 발췌요약이라는 말은 요약이라고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텍스트 요약은 귀 기울여 남의 말을 듣는 것과 비슷하다. 내가 남의 말을 경청하고 바르게 이해해야, 남도 내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남들이 잘 이해하고 공감하는 글을 쓰고 싶다면, 내가 먼저 남이 쓴 글을 이해하고 공감할 줄 알아야 한다. 요약은 텍스트를 읽고 핵심을 추려 논리적으로 압축하는 작업이다. 텍스트를 이해하고 문장을 만들 능력만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독해력과 문장 구사력 그리고 요약능력은 서로를 북돋운다. 독해력이 좋을수록 요약을 더 잘 할 수 있다. 요약을 전제로 텍스트를 읽으면 독해력을 기르는데 큰 도움이 된다. 요약을 열심히 하면 저절로 문장 구사 능력이 발전한다. 텍스트 요약은 단순한 압축 기술이 아니다. 요약하는 사람의 사상과 철학을 반영하며 생각과 감정을 표현한다.
발췌요약을 멋지게 하려면 텍스트만 볼 게 아니라 콘텍스트도 함께 살펴야 한다. 어떤 대목이 중요하고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판단은 텍스트 해석에 달려 있고, 텍스트 해석은 어떤 콘텍스트에 비추어 보느냐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텍스트 발췌요약은 콘텍스트를 얼마나 깊고 정확하고 풍부하게 파악하느냐에 달려있다. 해석에는 정답이 없으며, 발췌요약 역시 모범 답안이 없다는 것은 굳이 강조할 필요 없겠다.
텍스트를 발췌요약할 때는 누군가 이렇게 묻는다고 상상하면서 작업하면 좋다. 그거 어떤 책이냐? 무슨 글이야? 주장하는 바가 뭔데? 그런 질문을 한 사람한테 자신이 읽은 텍스트를 쉽고 간단하고 명확하게 이야기해 준다고 생각하며 쓰는 것이다. 발췌요약 훈련은 혼자보다 여럿이 함께 하는게 좋다. 텍스트를 해석하는 다양한 시각을 만날 수 있고 남들이 내가 쓴 요약을 쉽고 분명하게 이해하는지 점검하기에도 편리하기 때문이다.
<유시민의 글쓰기특강>, <표현의 기술>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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